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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eries about Belg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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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저는 벨기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겸 인터프리터로 활동하고 있는 변서연입니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과 앤트워프 왕립 음악원에서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브뤼셀에 거주중입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글쓰기를 좋아해서 리뷰 또는 칼럼에 글을 기고하고 벨기에 내에서 열리는 각종 공식행사에서 한-영 통역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분  야. 예술가

현소속.  Antwerp Royal Conservatory

인스타그램.  @roseday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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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1.

초콜렛처럼 달콤하지만 잔잔한 나라, 벨기에.

벨기에에서 살고 있어요.

와플? 초콜렛? 오줌싸개 동상?

우리가 보통 벨기에라는 나라를 이야기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입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면, 서유럽의 한 나라이며, 수도는 브뤼셀, 그리고 EU 본부가 있는 유럽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국가정도로 인지하고 있고는 하죠.

 

저자 또한 벨기에라는 나라에서 유학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유럽의 어느 나라와 맞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어요.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벨기에는 서로 이웃한 나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베네룩스 3국으로 불리는 국가입니다.

네덜란드, 프랑스와 인접해 있으며, 왕이 존재하는 입헌군주제 국가로도 유명해요. 국가 면적은 경상도 정도로 국토면적은 작지만, 유럽의 주요 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어서 중심 국가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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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두 언어권인 플란더스와 왈로니아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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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보다 독보적으로 특이한 점은, 나라의 공식 언어가 여러개라는 점이예요.

 

벨기에의 공용어는 네덜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이지만,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은 1% 미만이며 주로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수도인 브뤼셀을 중심으로 위쪽 지역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플란더스, 아래쪽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로니아 지역으로 구분됩니다.

이 두지역의 언어를 모두 절충해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 기관이나 안내 표지판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글자로 표기된 것들은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도 브뤼셀의 안내 표지판,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로 표기되어 있다.

음악으로 만난 벨기에라는 나라.

이런 복잡하고도 다채로운 나라에 제가 유학을 오게 된 동기는 좀 특별해요.

저는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한 연주가입니다. 대학 졸업 후 유럽 유학을 준비하다가 안정된 직업을 갖고 싶어서 교사가되기 위해 음악교육대학원을 진학했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악기를 놓는다면 손이 굳어서 더이상 연주를 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을 했고, 고민 끝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다시 유학을 도전했습니다.

 

저도 처음에 유학을 위한 목표로 잡은 곳이 독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클래식을 전공하면 유학을 가는 나라로 생각하는 곳이 대부분 독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일은 클래식의 본 고장이자 가장 많은 클래식 작곡가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한국에서 독일어 자격증을 따고 레슨을 하면서 입시를 준비했고, 그렇게 독일로 떠나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석사시험을 치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현실로 만난 독일은 저에게는 조금 낯설고 정감이 가지 않는 나라였어요.


수업은 모두 독일어로 진행되었고, 교수님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주입식의 레슨을 하곤 했습니다. 정말 유명하고 좋은 레슨을 받으며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제가 추구하던 음악의 모습과는 좀 다른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전 다른 나라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인연이 닿은 곳이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에 자리잡은 브뤼셀 왕립음악원 입니다.

학교에 대해 알아보고 시험을 치기 전, 무작정 기차를 타고 브뤼셀에 처음 와서 벨기에라는 나라를 만났습니다. 며칠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브뤼셀의 여러곳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면서 또 다른 유럽을 만날 수 있었어요.

 

독일이 빛 바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면, 벨기에는 하얀색에 여러색을 조금씩 덧칠한 수채화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활기찬 분위기의 거리들과 한 편에선 고요한 자연의 모습들, 그리고 예전 건물들 위에 지어진 새로운 건물들의 조화까지.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 라는 결심도 제가 벨기에로 유학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언어의 다양성과 포용성이였어요. 독일 유학을 준비하면서 어느정도 회화가 가능한 독일어 B1레벨까지 자격증을 땄지만, 여전히 독일에서 독일어를 하면서 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여전히 독일인들의 빠른 발음을 알아듣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교수님과의 레슨을 알아듣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 연이어지곤 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영어를 모두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고, 브뤼셀 내에서도 영어를 쓰면서 의사소통에 불편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프랑스어를 쓰긴 하지만 상점이나 식당에서 영어를 사용해도 어느정도 알아듣기 때문에 독일에서처럼 언어를 배워야 하는 압박감이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한 문화를 편견없이 접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에게 있어 벨기에는, 유럽이라는 낯선 곳의 유학으로 출발해서 제 두번째 고향이자 도착점으로 자리잡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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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왕립음악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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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을 가진 나라.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그랑플라스를 일컫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했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2022년도에 Best of Best 여행지로 선정되었을 만큼,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는 전 세계의 어느 광장에 견주어도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그랑플라스에서 채 10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거의 매일 이곳을 지나가곤 합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사계절 내내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어요.

브뤼셀 그랑플라스 전경.

그랑플라스를 중심으로 브뤼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벨기에사람들에게 있어 이곳은 여행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그랑플라스를 가로질러 학교를 가는 학생들, 바로 옆에 자리한 브뤼셀 중앙역으로 바쁘게 걸어가는 직장인들. 낮이 되면 너도나도 나와 광장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 늦은 오후가 되면 그랑플라스를 둘러싸고 있는 카페와 술집의 테라스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밤이 되면 야경을 즐기러 나온 관광객들과 일상의 마무리를 하러 나온 사람들로 또 북적대고는 합니다.

주말의 그랑플라스는 각지에서 놀러온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진 모습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재즈 페스티벌이나 대학교의 졸업식, 길가의 버스킹 등의 문화행사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어요.

 

우리가 바라보는 그랑플라스는 아름다운 광장으로 유명하지만, 벨기에 사람들에게는 일상 속에서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어 삶의 한 부분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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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그랑플라스의 아름다운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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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자연이 공존하는 나라.

벨기에의 생활에 있어 자연은 빼놓을 수 없는 그들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에 와서 아파트를 지을 때 환경을 굉장히 중요시 하기 때문에, 단지 내에 공원등을 조성하여 자연과 조화되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벨기에는 도시 곳곳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여 도시와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있어요.


길가를 걷다보면 몇 블럭마다 자리잡은 공원들과, 몇백년이 되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튼튼하고 커다란 나무들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 공원 안에서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며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하며 함께 그들의 삶을 살고 있어요.

브뤼셀 Petit Sablon Park

공원을 걷다보면 그 안에 사는 동물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백조가 아무렇지도 않게 길가에 나와 깃털 정리를 하는 모습이나, 엄마 오리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새끼 오리들의 모습은 공원 안에서 매일 만나볼 수 있는 일상이 되었어요.

 

브뤼셀로 이사하고 난 뒤에 처음 놀러갔던 Leopold 공원에서 보았던 이런 모습들은 낯설고도 신기한 광경이었어요.

 

지금은 가끔 놀러가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는 일상이 되었지만, 그만큼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가끔 사람들은 저에게 공원과 그랑플라스가 거의 대부분인 브뤼셀이 지루하지 않냐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정반대인 벨기에의 나른하고 잔잔한 모습은 또다른 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그랑플라스의 야경, 오늘은 와플을 들고 공원에서 읽는 에밀 아자르의 소설, 내일은 클라라 주미강이 연주하는 Tchaikovsky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면서 조깅을 해볼 생각입니다.

 

저는, 벨기에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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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Leopold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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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다음편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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