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음악을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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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eries about Belg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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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벨기에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겸 인터프리터로 활동하고 있는 변서연입니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과 앤트워프 왕립 음악원에서 석사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브뤼셀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글쓰기를 좋아해서 리뷰 또는 칼럼에 글을 기고하고 벨기에에서 열리는 각종 공식행사에서 한-영 통역가로도 활동중입니다.

분  야. 예술가

현소속.  Antwerp Royal Conservatory

인스타그램.  @roseday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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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5.

벨기에에서 음악을 즐기는 법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 2의 고향 벨기에.

유럽의 심장부에 자리잡은 벨기에는 중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음악적 유산을 자랑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벨기에 초콜릿이나 맥주만큼이나, 벨기에의 음악 문화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고전 음악의 웅장함부터 현대 음악의 다채로움까지, 모든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며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브뤼셀과 앤트워프 같은 대도시에서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각종 음악 페스티벌이 연중무휴로 개최되곤 해요. 특히, 브뤼셀의 Bozar Concert Hall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저 또한 이곳에서 벨기에 음악가로서 당당히 데뷔연주를 한 곳이기도 해요. 벨기에가 클래식의 본고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진정한 이유는, 클래식의 세계 3대 콩쿨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쿨이 열리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 차이콥스키 콩쿨에 이어 브뤼셀에서 매년 퀸 엘리자베스 콩쿨이 열리곤 해요.

 

또한, 작은 마을과 도시에서도 다양한 지역 축제와 거리 공연을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벨기에는 재즈 음악의 중심지 중 하나로도 유명하며,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Brussels Jazz Weekend'는 전 세계 재즈 팬들을 끌어모으곤 해요.

 

벨기에의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합창단, 밴드, 전통 음악 그룹 등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벨기에 전역에는 다양한 음악 학교와 아카데미가 있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음악을 배우고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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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스톤즈를 기념하는 브뤼셀 오줌싸개 동상 아웃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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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음악을 단순한 예술 형태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음악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서로 다른 문화와 세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년 여름, 벨기에는 수많은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며, 이들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니라 사회적 교류의 장이 됩니다. 예를 들어, 'Tomorrowland'는 세계 최대의 일렉트릭 음악 페스티벌로, 전 세계에서 모인 젊은이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브뤼셀에서 가까운 도시인 Boom (특이하게 한글로 발음하면 붐이 아니라 봄! 입니다) 에서 매년 열리는 이 페스티벌은, 티켓이 열리기도 전부터 항상 뜨거운 관심을 받곤 해요. 저는 작년에 다녀왔는데, 아직도 그 생생한 느낌을 잊지 못한답니다.

벨기에에서 음악을 즐기는 법은 이처럼 다양하고 깊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음악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고, 몸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벨기에의 음악을 느끼고, 그 일상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경험해 보세요.

 

그 첫 시작, 함께 즐겨볼까요?

벨기에 브뤼셀 문화 예술의전당, Bozar

예술고등학교를 다닐 때, 가끔 서울로 레슨을 갔던 적이 있어요. 그때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의 포스터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죠. 저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수도인 서울의 한복판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할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어 유학을 오고 나니 유럽의 중심지인 벨기에에서, 그것도 서울 예술의 전당보다 더 유명한 곳에서 연주하고 있는 지금의 제 자신을 보며 뿌듯해하곤 한답니다.

브뤼셀의 가장 중심지인 Brussels Central Station에서 5분 거리에 자리잡은, 접근성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Bozar Concert Hall이예요. 이곳에서는 전 세계의 유명한 연주가들이나 오케스트라 등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고, 유명한 전시나 공연 또한 즐길 수 있어서 브뤼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 중심지라고 할 수 있어요.

 

미술 전시 뿐만 아니라, 음악회나 테마가 있는 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고, 1층에는 카페와 미슐랭 가이드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어서 음식을 즐기기에도 손색없답니다. 특정한 시즌에는 Bozar 루프탑을 오픈해서 브뤼셀 전경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도 있어요!

 

저는 거의 모든 콘서트를 Bozar 홀에서 즐기고 있어요. 정말로 유명한 Hilary Hahn의 콘서트나, Belgian National Concert의 공연도 모두 Bozar에서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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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9일에 Belgian National Orchestra와 협연했던 Hilary Hahn의 공연은 정말 제가 평생에 있어 몇 번 없었던 제 감정을 뒤흔드는 연주였어요. 힐러리 한은 항상 유튜브로만 접하면서 실제로 보고 싶었던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데,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던 기회였고, 한국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어요.

 

Brahms Violin Concerto 전악장을 연주하면서, 단 한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공연하는 모습은 저로 하여금 연주에 대한 자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순간이었어요. 같은 악기를 전공하고 있지만, 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그런 사람의 황홀한 연주를 접했을 때 느낀 전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얼마나 타고났으면, 어떻게 노력했으면 저 경지까지 갔을까 궁금하면서도 저로 하여금 악기에 다시 매진할 수 있도록 해주었답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힐러리 한

또한 저희 교수님이 악장으로 계신 Belgian National Orchestra의 연주는 상상을 초월했답니다. 얼마전 오케스트라에 새로 지휘자가 취임하게 되어 힐러리 한의 협연과 함께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때 연주한 신세계 교향곡은 악장이 바뀌는 순간 내내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가득했어요. 각 악장마다 너무나도 뇌리에 박히는 완벽한 연주였어요.

 

이런 프로페셔널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단순히 즐기는 것을 떠나서 그 오케스트라의 특징, 지휘자의 스타일, 연주 뉘앙스 등을 파악하는 데에도 그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콘서트게바우 등의 연주를 보다 보면 그 오케스트라 만의 연주 스타일을 알 수 있게 되고, 나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볼 수 있게 되지요.

Bozar 에서는 Belgian National Orchetra의 상주 연주회나, 여러 유명한 연주가들과 협연하는 연주들 외에도 여러 단체들과 오케스트라, 솔리스트의 연주를 만나볼 수 있어요. 브뤼셀에 살고 있거나 방문할 예정이라면, 꼭 Bozar 홀에서의 아름다운 연주를 경험해 보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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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gian National Orche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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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콩쿨, 퀸 엘리자베스 콩쿨이 열리는 Flagey Hall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가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도전했을 법한 콩쿨, 바로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예요.

클래식을 즐겨 듣는 사람이나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잘 알려진 세계적인 콩쿨이예요. 재작년 첼로, 작년 성악 부문에서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 우승을 거머쥔 일례로도 유명하죠. 세계 3대 콩쿨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음악가들이 모이는 것은 물론, 이 콩쿨이 열리는 매년 5-6월 시즌은 라이브 콩쿨 공연으로 관객석이 가득 차곤 해요.

벨기에 브뤼셀의 Flagey 광장에 자리잡은 Flagey Hall 에서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뿐만이 아니라, 여러 공연이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해요. 브뤼셀의 Bozar 홀 못지않게, 유명한 연주자들의 공연 장소로 굉장히 잘 알려져 있답니다. Bozar Concert Hall에서 공연하면서 Flagey에서도 연주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 또한 얼마전 좋은 기회로 오케스트라의 한 단원으로 연주를 하기도 했답니다.

세계적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Clara Jumi-Kang이 얼마전 Flagey 에서 콘서트를 연주했어요. 클라라 주미강은 제 롤모델이기도 하고, 저는 클라라 주미강 콘서트에 가는 게 버킷리스트였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연주회 티켓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내한시기를 항상 놓쳐서 한두번 헛걸음 한게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이곳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것도 집에서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에 있는 Flagey 에서 이 공연을 즐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그것도 정말 VIP 석같은 가까운 좌석에서 말이죠. 클라라 주미강 뿐만 아니라, 김선욱이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더 없이 환상적인 콘서트가 완성되었어요.

 

사실 이미 유튜브나 매체로 두 연주가의 환상적인 호흡은 잘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연주회를 보면서, 매끄러운 소리뿐만이 아니라 두 명의 솔로가 함께 또렷한 솔로를 연주하면서 이를 하나로 합쳐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힘들면서도 대단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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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가까운 거리에서 연주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이날 했던 프로그램 중 한 곡이 제가 내년 리사이틀에서 연주할 곡이었는데, 어떤식으로 곡을 연주해 나가야 할지 방향성이 잡혀서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이었답니다.

 

사실 이날 클라라 주미강이 연주를 하다 중간에 줄이 끊어졌는데, 당황하지 않고 더 화려한 솜씨로 곡 연주를 마무리 하는게,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연주 홀이 매우 크지는 않았지만, 소나타 듀오를 하기에 정말로 더없이 완벽한 홀이었고 소리가 퍼지는게 맘에 들었어요.

무엇보다도 관객들의 시선과 소리에 집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당신이 일상에서 여유를 즐기는 방법, 퀵스텝, Quick-step

 

벨기에에서 음악으로 여유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클래식을 들으러 콘서트장에 가거나, 재즈 페스티벌을 즐기러 브뤼셀의 그랑플라스나 재즈바를 찾거나, 또는 길거리에서 이따금 열리는 버스킹을 듣는 것도 여유를 찾는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당신의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는 것은 어떤 방법이 있나요?

가장 편안함을 느껴야 할 곳에서 혹시라도 불편함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진 않나요?

 

사람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가장 편안한 상태로 셋업된다고 합니다. 또한 육체적으로 좋아하는 곳에 있으면 가장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고 합니다.

음악처럼 당신의 여유를, 일상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껴주기 위해 퀵스텝은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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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신명마루 편집부

사진 출처 : QUICK-STEP, (주)신명마루, Unilin (유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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