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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플루티스트 박지혁입니다. 저는 뉴욕 줄리어드스쿨과 파리 시립음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한국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베스트 셀러 <하루 하나 클래식 100>의 공동 저자이자 에디터로서 클래식을 쉽게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내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연주자 및 서경대학교 음악학부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음악 기획사 아츠바이에이치를 설립하며 공연 기획자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 야. 클래식 음악가, 에디터, 교육가, 공연 기획자
현소속. 서경대학교 음악학부 강사, 아츠바이에이치 대표, 하루하나 클래식 에디터, 이룸트리오 멤버
인스타그램. @jhp_flutist
Episode 20.
가을 산책과 함께 즐기는 클래식
갑작스레 찾아온 가을 날씨에 거리의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지고 있죠?
아직 품고 있는 여름의 활기와 쓸쓸하게 바뀌어 가는 날씨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합니다. 아직은 단풍이 만연하지 않지만, 사진을 보기만 해도 금방 찾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요즘, 여러분은 클래식 음악을 얼마나 자주 듣고 계신가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보통 ‘어렵다’, ‘길다’, ‘지루하다’라는 말이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다채롭다’, ‘행복하다’, ‘감동적이다’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있게 총 6차례에 걸쳐서 다양한 음악과 이야기들을 적어보려 하는데요. 짧고 강렬한 도파민 자극에 익숙해진 감각들을 더 편안하고, 음미하며 만들어 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알아볼까요?
클래식 음악은 전통 서양음악으로 긴 역사가 있는 장르입니다. 보통 현대에 자주 다뤄지는 시대는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 그리고 20세기인데요. 21세기에도 활발한 작곡가들 노력으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작품이 많지만, 클래식을 처음 입문하는 분은 현대 곡을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죠. 매거진을 연재하면서 시대별로 매주 주제에 맞게 들을 수 있는 곡을 선별하여 소개하려 합니다.
유서깊은 뉴욕의 카네기홀 (이미지 출처:구글)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클래식 음악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준비할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해주고, 두 번째로는 음질이 좋은 스피커 혹은 이어폰과 헤드셋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음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치면, 마지막으로 힘을 풀고 자연스레 올라오는 감정을 느껴주면 됩니다.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지 않아도 되고, 중간중간 듣다가 좋았던 구간을 다시 반복해서 들어도 좋습니다.
(출처:Freepik)
덥고 습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을 땐 산책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곧 찾아올 겨울이 오기 전에 나들이와 여행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더 늦기 전에 집 앞, 가까운 공원이라도 나가서 클래식 음악과 함께 간단한 가을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첫 곡으로는 모두에게 친숙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소개합니다.
사계는 계절별로 총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 가장 유명하기도 하고,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곡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은 특별히 현대의 악기가 아닌 고악기 전문 연주 단체인 “Voices of Music”이 연주한 ‘가을’을 추천합니다. 고악기는 더욱 부드러운 음색과 낮은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서 편안한 기분을 계속해서 안겨주는데요. 비발디가 보았던 바로크 시대의 가을은 풍요로운 가을을 즐기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졌습니다. 1악장은 가을에 수확을 마친 농부들의 행복한 노래와 춤을 배경으로 하고, 2악장에서는 시원한 가을바람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 3악장은 사냥꾼들과 개들이 짐승을 쫓는 모습을 그렸죠. 각 악장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해 보며 함께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곡은 가을이 찾아오면 가슴이 쓸쓸해지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곡입니다.
저는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라서 가을이 찾아오면 참 많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는데요. 특히 뉴욕에서 학교에 다닐 때가 기억이 나네요. 9월에 항상 새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 답게 가을의 변화를 가장 먼저 겪으며 시작된답니다. 그럴 때마다 새로운 환경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센트럴 파크의 나뭇잎 색이 짙어 지듯이 점점 더 쓸쓸해져만 갔었죠. 이런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한 요하네스 브람스의 <간주곡 Op. 118>의 2번 곡은 따듯한 위로를 전해주었습니다. 브람스는 무겁기도 하면서 특유의 마음을 녹이는 서정성으로 유명한데요. 모든 음을 섬세하고 풍부하게 살려주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보세요.
마지막으로는 칼 라이네케의 <플루트 협주곡>을 추천합니다.
제 전문 분야인 플루트 곡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듣기만 해도 사랑이 넘치고 희망이 가득해지는 곡 입니다.
이 곡은 기분 좋은 가을 날씨와 함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며, 서정적인 슈만과 열정적인 멘델스존에게 배운 칼 라이네케답게 음악 역시 다채롭고 매력적입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자유로운 1악장과, 슬픔과 갈망을 노래하는 2악장, 그리고 자신감과 화려한 테크닉으로 귀를 사로잡는 3악장까지 플루트의 다채로운 매력을 들어볼 수 있네요. 이번 영상은 독일의 유명한 ARD 플루트 콩쿠르 파이널 무대에서 세바스찬 자콧이 연주하는 칼 라이네케 <플루트 협주곡>을 소개합니다.
칼 라이네케 (출처:위키백과)
저는 오랜 시간 음악가로 살아왔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영감은 결국 자연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가 제 숨과 감정에 어느새 녹아들고 있었네요. 제가 가을이 되면 깊이 공감해 오고 즐겨왔던 음악을 공유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대부분 가사 없이 연주되다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는 게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가을 산책이 조금이나마 더 특별한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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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신명마루 편집부
사진 출처 : QUICK-STEP, (주)신명마루, Unilin (유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