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4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일 년 동안 많은 일이 지나갔을 텐데요.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오늘 에피소드에서는 명상과 혼자만의 차분한 시간을 위한 클래식을 소개합니다.
저는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으로 명상을 빼놓지 않고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명상을 하게 되면 하루 종일 생산적인 정신으로 지낼 수 있다는 이점과, 정보의 홍수와도 같은 요즘 시대에 자주 흔들리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악은 명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데요. 클래식 음악은 편안하고 각성된 뇌파 상태인 알파파를 만들어냅니다. 뇌파가 차분한 상태에서는 풀리지 않던 문제에 대한 해답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요즘 가장 필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우선 따듯하고 고요한 집에서 눈을 감고 여러 번 심호흡하며 마음이 편안하게 이완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오늘 추천해 드리는 곡을 음미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지켜봐 주기만 해도 어느 순간 멈춰있던 생각들이 흘러가며 비워지게 됩니다. 그 고요한 상태를 잠깐이나마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첫 곡으로는 쥘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 <타이스> 중 <명상곡>을 소개합니다.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쥘 마스네의 25개의 오페라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된 타이스의 명상곡은 2막 1장과 2장 사이를 이어주는 간주곡으로 작곡되었고, 주인공 타이스가 화려하고 방탕한 생활을 이어오다가 수도사 아타나엘 덕분에 내면의 갈등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정을 찾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곡은 마치 새벽 아침 햇살이 춥고 어두웠던 세상을 따듯하게 밝혀주며 떠오르는 것처럼 복잡했던 마음과 생각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두 번째 소개해 드릴 곡도 동일한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이 연주하는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소개합니다.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는 미니멀리즘 음악으로 도전적인 작품을 많이 작업 했었는데요. 그 중 이 곡은 그의 시그니처 기법인 ‘틴틴나불리’를 사용한 곡으로 ‘틴틴나불리’는 라틴어로 ‘작은 종을 울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종소리를 피아노가 표현하고 있는데, 단순하게 3개의 음만 연주하는 피아노 선율 위에 긴 음만 연주하고 있는 바이올린을 듣다 보면 곡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바로 패르트가 표현하려던 거울 속의 무한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한하게 펼쳐진 흰 공간에서 연주되는 이 음악은 무한한 영혼의 공간에서 흘러가는 생각으로 비유되는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의 선율을 따라 고요한 마음으로 들어가 보세요.
잠들기 전 바빴던 하루를 정리하는 간단한 명상으로 좋은 음악 세번째는 바로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입니다.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했던 초기의 작품으로 알려진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방의 인상을 바탕으로 작곡된 피아노 모음곡입니다. 4개의 모음곡 중 가장 유명한 <달빛>은 프랑스 서정시인 폴 베를렌의 시 ‘하얀 달’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는데요. 밤하늘에 빛을 내는 하얀 달이 숲속과 연못을 비추고,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밤을 달빛이 감싸는 고요함으로 표현했습니다. 아침부터 밤이 될 때까지 바빴던 내 모습을 보며 누군가 수고했다고 위로해 주는 듯, 채워지지 않는 가슴의 공허함을 메꿔주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과 시를 함께 읽어보세요.
폴 베를렌 ‘하얀 달’
하얀 달이 빛나는 숲속에서
가지마다 우거진 잎사귀 사이로
흐르는 목소리
오, 사랑하는 사람아
깊은 겨울
연못에 드리운
버드나무의 검은 그림자는
바람에 흐느끼네
아, 지금은 꿈꾸는 때
별들이
무지개빛으로
반짝이는 하늘에서
크고 포근한 고요가 내려오는 듯
아득한 이 시간
벌써 5번의 에피소드가 발행되면서 다양한 음악을 탐구해 보았는데요. 특히나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일상을 되돌아보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 클래식이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은 언어 대신 소리로 표현될 때 더 가슴에 와닿기도 합니다. 설명 대신 경이로운 순간을 그저 느끼는 것처럼요. 명상, 그리고 클래식과 함께 고요하고 따듯한 마음의 12월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에디터 : 신명마루 편집부
사진 출처 : QUICK-STEP, (주)신명마루, Unilin (유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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